5월의 절반을 클로드 코드와 코덱스와 함께 했다. 퇴근을 준비할 때 오늘 한 일들을 돌이켜보면, 내가 한 일인가 클로드가 한 일인가 헷갈린다. 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들 빼고는 모두 클로드에게 위임하는 것이 내 목표이긴 하다.
요즘 제일 스트레스 받는 일이 클로드로 고객사 제안서 템플릿을 만드는 일이다. ‘A사에게 xyz 내용으로 실증사업 제안서 만들어줘.’ 라고 시키면 뚝딱 해주는 것이다. 이것을 장장 2주간 붙잡고 낑낑거리고 있다. 이것 저것 시켜봤지만 내가 원하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 AI로 낑낑거릴 시간에 내가 직접 만들었다면 몇 개는 나왔을 시간이다.
그래도 나는 복권을 긁는 심정으로 토큰을 왕창 써가면서 시도한다. 도달한 결론은, 내가 원하는 디자인 템플릿을 하나 직접 만들고 이것을 HTML/CSS 코딩을 시키고 여기에 스크립트와 파이썬 스키마를 작성시켜서 틀과 디자인 레이아웃 규칙은 지키면서 컨텐츠만 AI가 작성하는 워크플로우다. 요새 클로드 코드의 코딩 방식에 열이 많이 받았는데 코덱스의 코딩 스타일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또 회사 계정으로 GPT프로 구독할까 고민이다.
GPT 모먼트
세계인들이 처음 쓴 B2C LLM이 챗GPT였다. 이게 되게 중요한게, 어떤 것을 처음 경험한 방식이 그와 비슷한 새로운 도구를 이용할 때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챗GPT와 상호작용한 경험이 자연스레 다른 LLM에 대한 첫 인상을 결정했다. 그래서 선점 효과가 중요한가보다. 물어보면 대답해주는 이 직관적이고 단순한 경험, 이 경험 때문에 자칫 LLM을 ‘다 알고 있는 대상’으로 오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얀 르쿤(Yann LeCun)은 LLM은 그저 대용량의 패턴을 학습한 컴퓨팅 도구일뿐이며 인과 관계를 이해하지 못 한다고 했다. 그래서 AI가 스스로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을 스스로 체험하고 이해하는 세계 모델(World Model)이 나와야 진정한 AGI로 다가갈 수 있다고 했다.
내가 내 뇌에 뉴럴링크를 심어서 LLM이 내 머릿속을 알지 못 하는 이상 AI는 내 선호도와 의도를 알 수 없다. AI가 알아서 알겠지 하는 기대를 버리고 순수하게 컴퓨팅 기계로만 바라보게 되었다. 현 시점의 모든 AI는 자체 학습 모델과 로컬 데이터를 가지고 최고의 아웃풋을 낼뿐 나 대신 executive decisions을 내려주지 못 한다.
Token Maxxing
토큰 맥싱이란, AI를 공격적으로 써서 토큰을 엄청 쓰는 행위를 말한다. 이번 달 토큰을 다 썼다(‘I maxxed out my token allowance for this month’)와 같은 말은 곧 나 AI를 잘 쓴다는 것을 애둘러 표현하는 자랑같은 것이자 나 이렇게 AI 활용을 하고 있다는 어필이기도 하다. 이 AI flexing은 실제 생산성과는 관련이 없다. 그저 토큰을 소모하는 행위에만 집중한다. 그렇다보니 무분별한 사용으로 비판을 받는다.
우리 회사는 클로드 팀 플랜을 구독중인데 사용하다가 토큰이 부족해진 사람은 별도로 신청하면 시트 상향이 가능하다. 나도 토큰 맥싱으로 울트라 시트를 사용중이다. AI 많이 쓰니까 자랑스럽냐고? 전혀, 계속 목마른 느낌이다. 드넓은 사막을 방황하며 소금물을 홀짝 거리는 느낌이다. 그래서 토큰 맥싱을 할 수 밖에 없다는게 나의 어쩔 수 없는 변명이자 유일한 해결책이다. 사막을 탈출할 땐 이 도구를 이해하고 마스터하기를 바랄뿐이다.
FAFO(F**k Around and Find Out)

무슨 생각을 해, 그냥 쓰는거다. 써봐야 알겠다는 확신은 없고 단지 이것이 유일한 방법임을 알 뿐. 나처럼 컴퓨터 소프트웨어에 대해 모르면 2주가 되든 3주가 되든 계속 삽질하는 수밖엔. 이게 사람이 할 짓이 못되었다면 옛날에 그만 두었을텐데, 조금씩 도파민을 얻고 있다. 아주 요상한 도구다. 어느날은 자신감을 주고 어느날은 좌절감을 주고 어느날은 재미를 주고 그런다. 질보다 양으로 밀어보련다. 퀄리티를 잡을 때가 아니기 때문에 까무러치거나 깨우칠 때까지 무지성으로 토큰을 써볼 계획이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