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b&Wretle

반성문(부제: 아이고 내 팔자야)

그렇게 마시지 않았더라면, 그곳에서 만나지 않았더라면, 애초에 약속을 잡지 않았더라면…

내 마음 속 두 가지 마음 상태:

<후회하는 마음>

갓 알게된 사람과 단둘이 술자리를 하게된 것도 처음이었거니와 그런 자리에서 자제력을 잃고 고주망태가 되어 신체적으로,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모든 면에서 스스로를 망친 것이 후회스럽다. 그날 꼭 취하겠다는 마음을 먹은 것도 아닌데 왜 나는 그날 그렇게 되었을까. 애초에 그 사람에게 연락하지 않았더라면, 처음부터 술약속 대신 저녁 식사를 했다면 내 몸과 마음 모두 망가지지 않았을텐데.

이제 와서 하는 후회지만 원인은 나에게 있다.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다. 분위기에 쉽게 휩쓸려서 당장의 즐거움과 재미를 추구하다가 그것이 불러올 결과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사람. 정말로 내가 그 술자리로 인해서, 그 사람을 통해서 얻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난 내가 원하는 성공의 모습을 이미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약하다. 그들이 나를 좋게 봐주었으면 하고 그들의 마음을 얻어야겠다는 욕구가 든다. 티를 내지 않지만 이미 내 생각은 상대방을 전략적인 갑으로 만들겠다고 마음을 먹는듯하다. 그래서 그들이 나를 이용하게함으로써 내가 그들이 보는 것을 보고 그들이 하는 것을 하고 그렇게 그들이 가진 ‘성공의 모습’을 갖기 원했다.

그 사건이 있기 전까지 이것은 내가 가진 전략중 하나였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을 많이 알아서 그들과 접점을 많이 만들고 필요할 때 내가 생각날 수 있게 하는 포지셔닝 전략.

근데 이번에는 이상했다. 마치 온 우주가 이 사고를 예견하고 벌어지도록 놔둔 느낌이다. 내가 그 사람의 마음에 들고자 하는 노력이 얼마나 강했으면, 그 목적에 얼마나 충실했으면, 성공하고 싶다는 마음이 얼마나 컸으면 이렇게 필름이 끊길 때까지 나를 밀어붙였을까. 그것도 겨우 두 번 째 만난 사람과 대작을 하고 끝장을 보게 만든 내 안의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들여다본다.

나는 나만의 매력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매력이란 인간성과 능력의 결합이다. 본인이 가진 능력을 인간적인 면모를 통해 바깥으로 비추어 내는 것이 매력 어필이다. 나에겐 매력을 팔아야 한다는 것이 일종의 생존 방식이었다. 매력적인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의 매력을 공부했고 배울점은 그것이 처음부터 내 것이었던 것처럼 의식적으로 학습하여 훈련했다. 사람의 마음을 얻고 싶은 마음. 항상 좋은 면만 보이고 싶은 강박관념. 좋든 나쁘든 이런것들이 오늘날의 이준우가 있게 한 동력이 되었다.

매력의 또 다른 면이 있다면, 매력은 실제로 가진 것을 증폭시키는 성질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매력 발산에 집착하는 것은 곧 결핍과 욕망을 드러내보이는 행동이 아닐까. 내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나에 대한 평가에 예민한 이유는 실은 내가 내 자신의 능력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은 아닐까 하고 반문해본다.

<안도하는 마음>

어쩌면 이번 일이 지금 잘 일어났다는 생각도 든다. 내 속을 다 뒤집어놓았던 숙취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하는 말이 아니라, 성공의 욕망에 대한 수업료를 가장 젊을 때 저렴하게 지불했다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훨씬 많이 잃거나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할 뻔한 일을 피했다. 성공이란 것을 바라보는 외부적인 잣대와 그것을 쫓는 방법을 그대로 가져갔다간, 팔자 한 번 고치겠다고 설치다가 내 팔자를 스스로 제대로 꼬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

내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매력적이고 성공한 사람들을 만날텐데, 매력과 성공을 항상 같은 방정식으로만 보게되면 얼마나 삶이 아슬아슬할까?

그 날이 없었다면 난 절대 깨닫지 못 했을 것이다. 순수하게 내 능력을 가지고 세상에 테스트할 생각은 하지 않고, 언제까지 내 매력을 팔아서 남의 성공에 기생하려고 했을까. 그래서 안도한다. 전지전능하신 신이 있어서, 그 분이 내가 변해야 하는 순간을 계획적으로 만들어 주신 것이다. 그 일이 없었다면 나는 계속해서 내 살을 깎아먹는 방법으로 성공의 요행을 바라고 있었을 수 있다.

당연히 나보다 경험이나 자원이 많은 사람에게 배울 점은 있다. 중요한 것은 mindset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 나는 평소에 어떤 관점으로 성공을 바라보는가, 그것은 외적으로 어떤 모습이며 내적으로는 어떤 모습인가. 내가 이미 성취한 성공은 무엇이며, 무엇에 온전하게 감사함을 느끼는가. 내가 가지고 있는 열망과 그것을 성취하려는 욕구는 정말 나를 위한 것인가.

술을 빌려서 나를 어필하는 것은 하수였다. 지금 내 모습을 사랑하고 자신이 있다면 — 돈이든, 실력이든, 무엇이 없다 하더라도 —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은 자족의 상태에 진입한다. 그리고 자족할 수 있는 사람은 무언가를 팔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항상 갑이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나 자신을 진정 사랑하고 있는가? 내가 물주고 가꾸고 있는 이준우라는 나무의 성장에 100% 만족하고 있는가? 나는 지금 누구에게 나를 증명하고자 하는가?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내게 주어진 책무에 100% 헌신할 수 있는가?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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