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경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고속도로가 막혀서 국도로 빠졌지만,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로 이미 국도마저 꽉 막힌 경험. 막힌 도로 위에서 시간 보내기를 즐기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하는 방법을 찾는다. 덜 막힐 것 같은 길이 있다면 그 길로 가는 것이 똑똑한 선택이다.
하지만 나에게 지름길이면 다른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에게도 지름길이다. 그렇게 그 길은 더 이상 누구에게도 지름길이 아니게 된다. 정보가 있다면 그것을 활용하는 것이 맞는데, 문제는 사람들 간의 정보 격차가 이제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더 이상 누구도 빨리 도착하지 못하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는다.
합리성은 좋은 선택을 하게 만드는 도구지만, 모두가 합리적일 때는 차이를 만들 수 있는 도구는 아니다.
우리는 중요한 것들에 대해서는 특히 이성적으로 결정하려 노력한다.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내린 선택이 비이성적인 결정보다 상책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대체로 맞는 말이다. 이 세상도 전체적으로 보면 나름 합리적으로 돌아가는 이유는 이런 인간들의 총합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합리적인 결정만으로는 ‘차이’를 만들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고 따라 할 수 있는 선택으로는 점점 차이를 만들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남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 당장은 손해처럼 보이는 행동, 굳이 그렇게까지 하는 비합리성이 예상 밖의 결과를 만든다. 또 이것들이 모이면 오히려 합리적인 결과, 혹은 당연해 보이는 결과로 설명되는 역설적인 일도 생긴다.
비가 온다고 매장 손님들에게 막걸리 한 병을 무료로 서비스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받을 것을 기대하지 않고 베푸는 것도 비합리적이다. 고객에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몰입하는 것도 비합리적이다. 적어도 당장의 비용과 편익만으로 계산한다면 그렇다.
세상에 보이는 것들 아래에는 설명하거나 계산하기 어려운 것들이 존재한다. 당장의 비용과 편익만 계산하면 비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차이를 만들고 싶다면 오히려 이런 것들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Act Differently, Think Differently 하라는 것이 아니다. 비합리적인 것들을 추구하자는 말은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용기와 이성 사이에서 스스로 균형을 찾는 일에 가깝다. 세상이 판단하는 합리적인 가치보다 내가 추구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비합리적인 선택이라 하더라도, 때로는 그쪽을 선택할 용기를 갖는 것.
모두가 같은 계산을 하고 있다면, 계산되지 않는 것의 가치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차이는 때때로 그런 곳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