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iosity vs. Peer-pressure?”
Bruce W. Lee
‘curiosity killed the cat’ 이라는 서양 속담이 있다. 개보다 고양이가 일반적으로 호기심도 많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많이 하다보니, 쓸데 없는 행동을 하다가 스스로 화를 자초한다 정도의 뜻으로 통한다. 괜한 시도를 하거나 불필요한 시도를 해서 위험해지거나 좋지 않은 결과를 만들었을 때 쓰인다.
호기심이라는 것은 우주라는 우리 뇌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빅뱅이 아닐까 싶다. 내가 무언가에 호기심을 가졌다는 것은, 끝없이 팽창하는 우주처럼, 알고 있는 범위를 넘어서 모르는 것의 영역을 점점 더 넓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우주에는 중심이 없듯, 호기심을 붙잡고 생각을 이어나가다보면 어느새 호기심의 근원이 희미해지는 느낌이다.
호기심이 동작하기 위한 필요한 것은 실존적인 경험과 혼잣말이다. 내 감각으로 직접 경험한 사실에 대해 은밀하고 진지하며 솔직한 내부 반응이 채워져야 기이한 무언가를 알아갈 기초가 된다. 내 마음 속 호기심이라는 높은 압력 때문에 밖으로 표출되는 행동이고, 독립적인 결정이다.
또래 압력(peer-pressure)는 나의 의지와 관계 없이 나에게 작용하는 사회 대다수의, 혹은 특정 사회구성체의 영향력이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법규를 지키고 사회적 규범을 존중하지만, 순수 개인의 의사로 결정해야하는 것들에 대해 주변 대다수의 결정에 따르거나, 그 큰 흐름에 순응하는 것을 말한다.
호기심과 Peer-pressure 모두 자세히 보지 않으면 비슷해보인다. 크게 보면 둘 다 ‘내가 X를 Y로 하기로 결정’하는 방식과 원인이다. 호기심으로 이어진 행동이나 또래 압력으로 이어진 행동이나 어쨋든 내가 내린 결정이다. 이 두 컨셉을 구별해서 보려면 솔직함이라는 강력한 용매가 필요하다.
호기심은 우리를 회전시키는 내적 에너지이다. 회전하면 관성이 생기듯, 알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면 계속해서 생각 에너지가 다음 생각 에너지로 이어진다. 이렇게 내적인 힘을 얻은 생각들은 내가 희망하는 긍정적인 결과를 상상하게 만든다. 상상한 결과를 최종 행동으로 옮기려는 결정까지 이어진다.
Peer-pressure는 떠밀리는 행동이다. 떠밀리는 행동은 불완전한 준비와 비실한 상상력을 의미한다. 상상력이 행동함에 있어 중요한 이유는 최소한 머리 속에서 다양한 스토리와 결말을 만들어내는 필수 재료이기 때문이다. 내 안의 행동 의지보다 바깥에서 가해지는 압력이 훨씬 강하면 구겨지듯 위축될 수밖에 없다. 스스로 판단할 의지를 포기하듯 또래 압력에 기인한 행동에는 이야기가 없다.
나는 11월에 있을 JTBC 마라톤을 준비하고 있다. 어제는 25K LSD 훈련을 완수했는데, 장거리 러닝을 하면 할 수록 내 신체 능력에 대해 새롭게 알아간다. 나는 어쩌다 장거리 러닝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생각해보았다. 내 몸이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아도 나는 왜 다시 뛰고 싶은 마음이 들까? ‘내가 30 키로를 이 속도로 달릴 수 있을까?’ ‘기본 페이스를 더 끌어올리려면 무슨 훈련이 더 필요할까?
*LSD: Long Slow Distance (장거리 저속주 훈련)
올해 3월에 출전했던 서울 국제 마라톤은 내가 처음으로 참가한 대회이자 생전 처음 뛰어본 장거리였다. 스타트 지점에 모인 러너들 사이에서 분위기에 고취되어 있던 내가 기억난다. 나는 가장 마지막 G그룹에서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첫 컨디션이 좋았고 새로 신은 러닝화도 가벼워서 내가 평소에 본 적이 없는 기록대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뛰다보니 주변 러너를 하나씩 추월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되자 나는 점점 내 앞의 러너들의 속도를 의식하기 시작했고, 내 페이스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초반에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니 자연스레 구간당 페이스가 조금씩 느려졌다. 이때 정신 차리고 내 페이스를 다시 찾아와야했음에도 불구하고 내 바로 앞에 있는 러너들 속도만큼 뛰어야 한다는 마음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나는 내 주위의 처음 보는 러너들에게 peer-pressure 를 느꼈고, 그 결과는 대회 기권이었다.
마라톤 경기에 대한 나의 무모한 호기심은 비록 처참한 결과를 낳았고 나는 낙심했다. 게다가 뛰는 동안 내 주변의 러너들만 의식했다보니 내가 뛴 길과 주변 경관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더 큰 러닝의 세상을 경험했다. 그만큼 내 러닝을 더 발전 시켜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다음 도전을 준비했다. 호기심 자체는 결과를 넘어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렇게 나는 마라톤 경기에서 러닝에 대한 나의 순수한 호기심과 경기 중 또래 압력을 모두 경험했다. 이렇게만 보면 호기심은 다 좋고 또래 압력은 다 나쁘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는 않다. 외부(peer-pressure) 압박을 전략적으로 활용한다면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나의 목적에 맞게 나 자신을 외부 압박에 노출시키는 것이다.
마라톤 경기에는 페이스 메이커(pace maker)가 있다. 이분들은 러너들의 페이스 관리를 돕기 위해 코스를 일정한 페이스로 함께 달리는 분들이다. 내가 훈련했던 페이스로 달리는 페이스 메이커 옆에서 달린다면, 나는 주변에서 뛰는 러너들의 속도를 맞춰야하는 peer-pressure를 느낄 것이다. 하지만 이 압박은 내가 충분히 감당 가능한 노력 수준이기 때문에 나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압박인 것이다.
호기심은 우리 인생 역사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서두에서 말한 속담 ‘curiosity killed the cat’ 처럼 무모한 호기심은 실패에 더 가까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호기심은 나만의 이야기의 후속편을 만들 힘을 준다. 그래서 순수한 궁금증으로 벌인 일들이 가져온 결과에 대해 대체적으로 만족할 수 있다. 그러나 외부의 압박이 개입한 결정에 대해서는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거나 흐지부지된다.
마지막으로, 이 속담의 본래 구절은 ‘Care killed the cat’ 이라고 한다. 여기서 care 는 걱정 타인에 대한 슬픔을 가리킨다고 하는데, 풀이해보면, ‘타인에 대한 생각도 불필요하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또 이런 변형 속담도 있다, ‘Curiosity killed the cat, but satisfaction brought it back’. 무모한 호기심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고양이는 어차피 9개의 목숨을 가졌기 때문에, 시도에 대한 만족감과 함께 다시 살아날 것이란 재밌는 의미다.
f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