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디에서 어디로 향하는가?”
Bruce W. Lee
화학 공학을 전공하신 아빠는 화학 회사에서 기업 영업을 하는 세일즈맨이었다. 대전에 본사가 있었고 자가용을 타고 전국을 다니며 신규 거래처를 뚫거나 기존 거래선을 지키는 일을 하셨다. 그때는 도로들도 지금처럼 잘 구비되었을 때도 아니었거니와 네비게이션이란게 없었을 때다. 그래서 차 조수석 서랍에 두꺼운 전국 지도책을 가지고 다니시면서 운전 중간 중간 보면서 목적지를 찾아 가셨다. 이때 체득하신 위치 감각과 운행 감각 덕분에 아빠에겐 일종의 ’네비 없이도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는 부심’이 생겼다.
그래서 아빠는 지금도 길을 잘 외우시고 곧 잘 가신다. 반면에 나는 더 젊고 머리가 빨리 도는데도 네비가 없으면 선뜻 출발하기가 꺼려진다. 자신이 없어진다. 네비게이션 없이 중거리 운전도 어려워진 나는 퇴보한 것인가? 내가 목적지를 찾아 가는 느낌보다 네비게이션이 나를 목적지로 옮겨놓는 느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