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에 과정

DYOR

BYOB, bring your own beer(자기가 마실 맥주는 자기가 가져오기)가 아니다. DYOR은 NFT를 구매해본 사람이라면 최소 한 번은 본 단어다. ‘Do Your Own Research‘의 줄임말로, NFT 프로젝트의 백서(white paper) 끝에 있거나, 프로젝트 팀이 꼭 마지막에 붙이는 단어다. ‘당신이 직접 조사를 하십시오’, 어찌 들어보면 투자 유의 문구로 들리기도 하고 자기 면책 조항처럼 들린다.

자기들의 프로젝트에 돈을 내려는 잠재 투자자들에게 ‘우리의 프로젝트에 관심을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저희의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이 문서를 꼭 읽어보세요. 하지만 이 내용이 개별 투자자별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으니 개별적인 조사와 고민을 해보시는 것을 권유드려요.’ 라는 메시지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한창이었던 NFT 붐이 꺼진 이후 남은 것은 절반이 훨씬 넘는 ‘rug pull’이었다. 이 ‘갑작스러운 사기성 사업 철수’로 투자자들의 돈이 삭제됬고 NFT와 가상화폐씬은 아직도 부정적인 낙인이 찍혔다. 이 정도면 DYOR은 프로젝트의 rug pull 출구 전략의 하나였다고 말해도 과장은 아닐 것이다. DYOR은 ‘네가 결정을 한 것이니 나중에 우리 탓 하지 마시오.’ 란 뜻이다.

내가 지금 회사에 조인한 이유는 NFT의 잠재력뿐 아니라 블록체인이 가진 ‘독립적인 항상성’이었다. 이 기술은 탈중앙화적인 합의 매커니즘을 통해 선한 목적을 가지고 지속가능한 사업을 만들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결과 이전에 있는 모든 과정들이 블록체인 참여자들에게 모두 분산 관리되기 때문에 드디어 과정이 중요한 ‘프로세스 이코노미’의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경험한 것은 나의 이상과 달랐다. 과정에 가치를 둘 줄 알았지만 결국 블록체인 운영사의 목적대로 움직였다. 거짓말이 난무했고, 책임을 회피했다. 내가 본 블록체인씬에는 과정은 없었다.

블록체인상의 합의는 속일 수 없다, 하지만 블록체인 하나의 기록 장부에 불과하다. 그 기록 장부를 작성하는 사람들을 매수한다면? 이미 블록체인 생태계에 참여한 사람들이 작당모의를 하였다면? 이것은 컴퓨터상에서는 무결한 의사 결정 과정이었다 할지라도 그 과정 이전의 과정이 이미 부정직하고 거짓 그 자체라면? 어쩌면 블록체인은 사기업 자본으로 하기엔 핏이 안 맞는 프로토콜이다.

Due Diligence

기업은 법적 계약을 앞두고 있거나 신규 사업을 계획할 때 Due Diligence 를 행한다. 주체가 직접 합리적인 노력을 다해 조사하는 행위를 말한다. Due Diligence는 ‘해야하는’ 이라는 뜻의 라틴어 ‘debere’ 와 ‘신중함’ 이라는 뜻의 ‘diligentia’가 합쳐졌다. 즉, ‘신중해야 한다’ 라는 의미다.

기업은 다양한 방식으로 Due Diligence를 한다. 공시된 자료를 활용하기도, 발행 기사를 열람하기도, 직접 실사를 나가서 존속하는 사업체인지 확인하기도 한다. 딱 정해진 방법이 있다기보다 실행 주체가 직접 노력하여 리스크를 최소화하라는 법적/사업적 책임인 것이다. 나의 시간과 돈이 들어가는 것이니 잘 해야하는 과정인 것이다.

근데 문제는 내가 노력해도 100% 완벽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이 그렇다. 최선을 다해 DD를 했지만 뭔가 깨름칙하다면? 혹은 DD 할 정보 자체가 부족하다면? 감을 믿어야 할까? 그렇기 때문에 계약서가 있고, 제3자 보증이 있고, 신용 평가기관이 있고, 중재사가 있고, 리서치, 컨설팅, 로펌이 있는 이유일 것이다. 이렇게 어찌 보면 서로가 서로에게 최소한의 신뢰를 주어야만 합의가 성립되고 일이 진행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점주님은 무엇으로 사는가

어제 본 추적60분의 제목이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지원이 없고 약속된 매출이 보장되지 않아 망해가는 상황을 담았다. 백종원의 연돈볼카츠 가맹점이 이슈의 시작이었다. 억지스러운 백종원 때리기인가, 혹은 더본 코리아의 잘못된 영업 관행인가? 아직 나온것은 없다. 그러나 이건 확실히 알 수 있다, 계약 당사자들 모두에게 깔끔한 과정은 아니었구나 라는 것은.

점주들은 그 브랜드의 대리점/가맹점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 것이고, 본사도 가맹점을 모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본사는 가맹점을 모집할 때 법에 따라 평균 매출 수준을 안내해야한다. 가맹점주가 되려는 사람은 공시된 정보외에도 발품을 팔아 자기의 결정에 조금이라도 확률을 높이려는 합리적인 노력을 해야한다. 본사는 ‘최소 월 매출 1천은 찍을 것입니다’ 라는 식으로 과장된 기대감을 주어서는 안되고, 예비 점주도 심지어 대통령도 순이익을 보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입지, 경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리스크를 염두한 독립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 본사는 DYOR을 말하면 안 되고 점주는 열심을 다해 DD를 해야한다.

제대로 안 보고 안 읽는 시대

유튜브는 한국에서 제일 많이, 오래 쓰는 앱이다. 유튜브는 우리에게 정보를 검색하고 발견도 하는 앱이 되었다. 시각 정보에 익숙해진 우리는 이미 활자를 포기한듯하다. 그러니 문서 계약이든, 글로 써 있는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잘 읽지 못 한다. 처음에는 웃던 사이가 후회하는 사이로 되는 일이 많다. 나도 마찬가지다, 투자할 때 ‘약속된’ 달콤한 수익 기대감 때문에 제대로 된 DD를 하지 않았다. 이것은 나의 잘못이고, 나의 리스크다.

결국에 과정

길게 돌아왔다, 내 결론은 이것이다: 세상 만사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있다는 것. 세상은 결과를 가지고 떠드는 곳이다. 과정을 아는 사람들은 극히 소수일 뿐이며 이들만이 그 결과의 실체를 가장 잘 알 뿐이다. 과정은 결과의 단순한 프리뷰가 아니다. 과정은 그 자체가 결과다.

과정이 지저분하면 좋은 결과를 얻기 쉽지 않을 것이다. 원치 않은 고생을 하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과정의 가치를 무엇보다 중시하는 사람들을 곁에 두어야 한다. 그것이 잃지 않는(=지키는) 지혜다. 과정의 속도는 중요치 않다. 진짜 중요한 것은 참여하는 사람들이 모두 인정할 수 있는 절차이냐, 이 절차에 모두 자신이 있냐는 것이다. 모두 맞다고 느끼는(feels right) 과정 말이다. 결국 사필귀정이다.

fin.

숏폼 컨텐츠

(1) Fear of what

“하늘이 두렵지 않느냐.”

어느 일을 시작할 때 그 일의 결과가 가져올 미래에 경외감을 가진적이 있었던가. 진정한 두려움을 품은 가운데 일을 실행해본 적이 있는가.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두려움이 아니라, 일이 어느 순간 필연적으로 틀어질까봐 따위의 두려움이 아니라, 나의 일이 완성에 다다랐을 때 그 결과가 어떤 변화를 의미할지에 대해, 순수한 두려움을 가지고 무슨 일을 진행해본 적이 언제였나.

(2) Binary(This or That)

생명을 가진 것들은 2지선다형 선택지를 탈출할 수 없다.

하냐 마냐, 이렇게 하냐 저렇게 하냐, 범위 그 이상은 없다. 그런 의미에서세상은 2차원일 수 있다. 이쪽 세상에서 다른 세상으로 이동할 수 있는 이유는 아주 사소한 선택 하나 때문이다. 딱 그게 다다. 내가 스스로 내 선택지를 꼬아서 다차원화 하지 않는 이상, 나는 자유롭게 차원을 이동할 수 있다.

(3) Decimal Points(0.xxx)

아침 수영을 마치고 체중계에 오를 때마다 다른 숫자를 만난다. 어제 아침에는 61.0kg 이었는데 오늘은 61.7kg이다. 소수점까지 봐야 어제와 다른 나를 알 수 있다. 소수점 자리의 숫자들은 정수만큼 관심을 끌지 못 한다. 소수점이야말로 질리지 않는 숫자이면서 잠재력을 내포하는 숫자다. 9.0에서 10.0을 가려면 정수에선 하나 차이지만 소수점 한자리가 10단계 올라야 한다. 너와 나는 겉으론 비슷해보여도 속은 열끗 차이다.

(4) 내 일의 스케일

현명한 분이 자기가 하는 일의 스케일을 알라 하였다. 왜 그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할까?

스케일을 이해한다는 것은, 내 생각에, 이 일이 내 손에 떨어지기까지의 과정과 연관성을 이해한다는 것과, 그 일이 존재하는 환경을 포괄적으로 이해하고 있느냐 인 것 같다. 스케일을 이해했다는 것은 어쩌면 그 게임의 룰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어떤 일을 하든 그 마음이 단단하면 기세가 좋다. 결정을 했으면 못 먹어도 Go다.

성경에 있는 달란트 이야기가 생각난다. 주인이 먼 나라로 여행을 떠나기 전, 자신의 세 명의 종에게 각각 5달란트, 2달란트, 1달란트를 맡겼다. 5달란트를 받은 자는 주인이 떠나자 마자 장사를 하여 5달란트를 남겼고, 2달란트 받은 자도 같은 방법으로 2달란트를 벌었다. 근데 1달란트 받은 자는 그 돈을 그대로 땅에 묻어둔다.

돌아온 주인은 종들의 결산보고를 듣는다. 5달란트와 2달란트를 더 벌어온 두 종에게는 칭찬을 하는데, 칭찬의 내용은 100% 수익률을 올렸기 때문이 아니라 종들이 작은 일에도 충성하는 마음을 가지고 임했기 때문이었다. 종들에게 맡겨봤자 얼마나 큰 돈을 맡겼겠으며, 또 얼마나 큰 수익률 기대를 하고 갔겠는가. 그럼에도 두 명의 종은 주인이 명령한 소임의 스케일을 이해한 것 같다.

반면에, 주인의 돈을 잃을 두려움에 땅에 1달란트를 묻어두었던 종은 게으르고 나약하다며 꾸짖음을 당했다. 주인 돈을 어디에 꼴아 박지 않고 그대로 돌려주었음에도 왜 혼이 났을까? 처음부터 종들에게 이러한 시험을 준 주인의 의중은 무엇이었을까? 1달란트를 받은 종도 다른 두 명의 종처럼 주인이 어떻게 부를 축적했는지 이해하고 자기의 능력선에서 실행헀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주인의 1달란트를 맡게 된 종이다. 나는 내 일의 스케일을 진짜 알고 있나?

(5) 현타가 온다

일을 하다가 현타가 왔다는 건 심한 무력감이 찾아왔다는 것인데, 어쩌다 이 심한 무력감에 속수무책으로 저항할 수 없었냐가 진짜 물음일 것이다. 이 무력감의 근원을 찾아가다보면 무엇이 나올까, 무엇이 트리거(trigger)가 되었을까.

1/ 내 앞에 있는 문제가 나를 쉽게 압도해버려서: 문제 존재 자체가 내게 주는 스트레스를 탈압박하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주변 동료들과 함께 찾아보기.

2/ 한 번 더 노력해볼 의지보다 노력하지 않을 충동이 더 커서: 내 one more time의 의지를 꺾은 원흉을 제거할 수 있는가? 지금의 충동을 이겨낼 수 있는가?

3/ 과거에 해결하지 않고 뭉개던 것이 원인이 되어 더 큰 문제로 되어 나타났을 때: 함께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그 원인의 존재를 알고 있고 해결할 의지가 있는가?

(6) 나는 회사에서 무엇을 배우고 있을까?

회사가 지금 잘 드는 가위를 만들고 있는지, 아니면 잘 드는 칼을 만들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근데 간혹가다 가위칼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경계한다. 뭐가 됬든 자르는 것을 만들고 싶은거라고? 그럼 회사는 이것을 팀원들에게 아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 왜냐하면 직원들은 각자의 주관에 빠져서 이것이 가위에 가까운 물건인지, 혹은 칼 두 자루를 붙인 물건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정확한 설명 없이는 직원의 재능과 충성심을 시험하지 말아야 한다.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 끝없이 탓할 수 있지만 그것으로 밭이 자연스레 나아지지 않는다. 콩을 심어야 콩을 수확하듯, 경영자는 자기의 밭을 탓하지 말고 내가 밭에 내가 거두기 희망하는 씨앗을 확실히 심었는지를 돌이켜봐야한다.

(7) 직관적이지 않으면 답답하다

바꿔 말하자면, 여백의 단어들을 많이 쓰면 해석이 여지도 커진다는 뜻이고,

바꿔 말하자면, 추상적인 표현은 사적인 표현이라는 뜻이고,

바꿔 말하자면, 중요 대상을 은유법을 사용해 언급한다는 것이고,

바꿔 말하자면, 내가 계속 이렇게 말을 바꿔서 설명해도 끝이 없다는 것이다.

일을 할 때 쓰는 단어들은 언제나 일 자체가 주인공이어야한다. 일 자체가 항상 대화의 중심이 되어야 하는데, 화자들의 기분이나 발언의 이유가 관심 대상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많다. 일에 관련한 언어는 직관적이고 답답하지 않아야 한다.

(8) 항상 예술인으로 살 수 없다

세상은 끊임없이 중얼거리는 급류다. 접하는 컨텐츠의 8할은 누군가의 논설이거나 관찰이다. 타인의 주장과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만 경계하는 이유는 나의 독립적인 가치 판단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며, 그보다 나 스스로를 일말의 자비 없이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데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것은 무엇일까? 절대 다수의 사람들이 동일하게 관찰하여 확증할 수 있는 것들이다. 내 눈에만 매일 새로운 해가 뜬다면 이것은 나만의 주관적인 견해다. 매일 새로운 해가 뜨는 것은 내 가족과 친구들 모두 동의하고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다.

근데 나 스스로에 대해 객관화를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남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주관적인 견해를 축적하다보면 객관화가 될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타인의 주관적 견해가 만들어지는 재료가 나 자신인데, 재료는 놔두고 남들의 말만 듣는다면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노력에 불성실하다는 말이다.

과확이 객관적인 학문인 이유는 주관적인 가설과 관찰 경험들을 편견 없는 실험으로 입증하였고, 누구든 원하면 그 실험을 재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과학적인 접근법이 필요하다. 철저하게 나만의 철학적인 주관을 만들어 가지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겨보면서, 나 스스로를 그렇게 정의할 수 밖에 없는 편파 없는 데이터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먼저 예술적으로 접근하여 실증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9) 카오스 속에 안정이

우리가 하루를 시작할 때 기대할 수 있는 것은 12시 00분은정오, 그 12시간 이후에는 자정이 된다는 사실뿐이다. 그 사이에는 확실히 일어나기로 보장된 것은 없다. 이 전제하에 우리는 완벽한 타이밍은 오지 않고 최적의 환경은 자연스레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우리에겐 하루의 불확실성을 견디면서 그 속에 어찌 저찌 끼워넣고 우겨넣었던 해야 할 일들을 완수했다는 사실만 남는다.

(10) 숨통

숨통은 모든 장기전의 시작이다. 마라톤 시작 전 가볍게 뛰어주어 숨통을 미리 틔워야 시합 시작 후 심장 박동이 갑작스레 높아지지 않는다. 심장 박동이 급격히 올라가면 많은 호흡이 필요하고, 그만큼 체내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것이고, 그만큼 체력이 고갈되어 중간에 퍼질 수 있다.

최근 수영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숨통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수영에선 내가 원할 때 숨을 쉴 수 없다는 조건이 추가된다. 숨통을 틔우지 못 하면 나는 계속 물과 싸워서 이겨야 호흡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데, 이러면 수영을 즐기지 못한다. 수영이라는 것이 단순히 물 속에서 숨쉬며 헤엄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면, 나는 수영을 즐기고 싶다. 오랫동안 즐겁게 수영하고 싶다면, 물의 저항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급하지 않게 임해야 한다. 그래야 숨통이 조금씩 트기 시작한다.

fin.

팔아야 산다 (달력팔이 편-2)

젊을 때 사서 고생하자.

Bruce W. Lee

내가 배운 6가지 교훈

1. 판매 시점

나는 12월부터 팔기 시작했지만 11월부터 실험을 미리했으면 어떨까 생각했다. 12월에 팔 것을 12월에 릴리즈하면 안되었다… 시기상 10월 말부터는 준비했어야 했지 않았을까? 시장 테스트 없이 정식 런칭을 하거나 재고 대량 확보는 위험하다. 작고 빠르게 릴리즈해보고 거기서 시장의 반응을 보고 배우고, 내 생각과 시장 반응의 간극을 줄이는 행동을 반복하는게 제일 낫다.

계획력(If you failed to plan, you plan to fail)

내가 진지하게 보완해야하는 점이 계획력이다. 빠른 실행력과 계획력은 서로 타협해야하는 균형이 아니다. 계획이 성글면 그것을 빨리 실행하려할수록 악순환이 시작한다. 미처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하니 새로 해야하고, 그것도 다시 엇나갈 수 있다. 다 돈이고, 불필요한 시간 낭비다.

앞으로는 아무것도 없는 0의 상황부터 1까지 지나칠 정도의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예를 들면, 원재료를 어디서 조달할 것인지? 거래처의 납품 조건과 일정은? 다른 부자재 원가는? 확보 재고량은? 배송 방법은? 마지막으로 제품이 구매자에게 도착해서 열어보는 순간은? 이 모든 것을 계획하지 않으면 구매자에게 불성실한 판매자가 되는 것이다.

2. 팔지 말자, 사게 하자.

냉철하게 보면 [달려ㄱ.]는 코팅된 종이에 1년치가 한 장에 있는 달력이다. 이 제품에 여러 수식어구를 붙여 팔려고 할수록 제품의 가치가 퇴화하는 느낌을 받았다. 구매를 한다는 것은 그 제품에 동감(agree)한다는 의미다. 제품이 팔리기를 기대하기 전에 다른 것(WHY-왜 사야하는지)을 팔아야한다.

3. 제작 원가

원가 경쟁력이 없으면 빛 좋은 개살구다. 보통 조달 원가를 낮추려면 대량 주문이 필수인데, 대량 주문을 하고 싶어도 판매치를 가늠하기 어렵거나 재고를 뺄 수 있는 충분한 유통 역량이 있어야 한다. 나처럼 열성 팬 베이스도 없고 처음부터 작게 팔아보는 상황에서는 원가에서 우위를 가지기가 어려웠다.

4. 자립력

연매출 수백억을 올리는 유통사가 메인 거래처가 납품을 중지하는 바람에 하루 아침에 망하는 것을 봤다.

나보다 큰 영향력이 있는 사람의 도움에 기대면 안된다. 그들에게도 내 제품 유통이 도움이 되기 때문임을 잊으면 안된다. 물론 감사함을 갖되 요행을 바라면 안 된다는 의미다. 매출은 브랜드 파워와 제품력과 고객 충성도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유통이 진짜 중요하다는 것도 느꼈다. 브랜드 자체 판매량을 n배로 확장시켜주는 역할이 이해가 됬다. 추가 유통 경로를 통해 매출과 연관된 다른 정보들도 얻을 수 있기도 하다. 나같이 처음 시작하게 되면 1차 유통 파트너가 누군지 중요하다.

5. 판매 기획의 농도

제품을 구매할 앤드 유저의 입장에서 깊게 생각해본 후 기획 농도를 진하게 만들어야 한다. 타겟 고객이 자취러들이라면 이들의 자취방에 남는 벽이 있는지, 벽에 보통 뭐가 붙어 있는지, 큰 집을 가진 사람들의 방은 어떤 취향일지 등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

6. 구매자

[달려ㄱ.]를 구매해준 사람들은 나를 응원해주고 싶은 사람들이다. 매우 감사하기 그지 없다. 가장 나다운 제품이 나왔다는 친구부터 깐깐한 피드백을 주는 친구들 덕분에 유의미한 방식으로 도전할 수 있었다.

동시에 내가 얼마나 모르는 우물 안 개구리였는지, 고지식함을 버리지 못 한 채 판매 기술을 안 배우고 버텼는지도 실감했다. 겸손하게 배우는 기간이랄까!

fin.

(1편 읽으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