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늑대의 시간

“Together, risk and chance illuminate the path of awakening.”

Bruce W. Lee

조용히 저물고 있던 해의 모습에 서글픔이 있다. 오늘 할 일을 끝냈는지를 묻고는 나보다 조금 일찍 퇴근길에 오른다. 난 해가 따뜻하게 데워준 공기를 타고 하루 종일 둥둥 표류했을 뿐이지만 이를 고백할 즈음에는 이미 저만치 내려앉아있다.

한낮의 햇빛은 차마 올려다볼 수 없었지만 서쪽 지평선에 가까워진 해는 나와 눈높이를 맞추려고 한다. 본연의 짙은 채도를 내기 시작하며 아버지의 눈동자 같이 이제 감히 쳐다볼 수 있게 된다. 석양이 되어버린 해가 나를 안심시키는 것도 잠시, 푸르스름한 황혼이 석양을 조용하게 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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