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게 위대하게

입춘. 가을의 초입이다.

신기하게도 이른 아침과 밤에 부는 바람의 촉감이 변했다. 아직도 낮은 후덥지근해서 나를 축축 늘어뜨리지만, 입추는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생각해 보면 옛 조상들이 정한 절기가 현대 사회에 와서도 의미를 지닌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하다. 무더위를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을 조상들에게 입추의 의미는 훨씬 컸을 것이다.

아무튼, 봄이 지나간 자리에 여름이 왔고, 이제 가을이 오고 있다고 자연이 우리에게 말한다. 시간이 흘러감에 맞게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는 점을 몸소 느끼고 있다. 이것을 겸허하게 피부로 받아들인다.

올해 여름도 어김없이 마라톤 훈련에 돌입했다. 올해는 가을의 전설, 춘천 마라톤에 도전한다. JTBC 마라톤보다 일주일 먼저 시작하기 때문에 훈련량을 조금 더 빠르게 올리고 있다. 작년보다 더 좋은 기록을 내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처음 뛰는 코스이다 보니 훈련 하나하나에 집중해서 완수하는 것에 의미를 두려고 한다.

그동안 언제 비가 쏟아질지 모르는 하늘 때문에 러닝머신 위를 뛰었지만, 이제는 어둑어둑한 아침과 저녁 시간에 밖에서 뛴다. 이 시간은 대부분의 사람이 잠에 들 준비를 하거나 자고 있을 은밀한 시간이다. 이 시간은 내가 성취하고 싶은 내 위대한 버전이 문득 나타나는 시간이며, 내 마음이 솔직한 단어를 사용해 야망을 속삭이는 시간이다.

러닝이 주는 가르침이 있다면, 모든 것을 다 내 힘으로 시작해서 내 힘으로 끝내야 한다는 것이다. 출발선을 넘는 첫 발을 뗐다면 골인 지점에 나를 데려다주는 것도 그 첫 발이다. 100킬로가 목표라면 1킬로씩 100번 모두 내가 해야 한다. 1킬로만 누가 대신해 줄 수 없다. 러닝은 이 만고불변의 진리를 가장 순수한 자연의 방식으로 알려준다. 출발한 사람과 도착한 사람이 필연적으로 같다는 것, 마치 여름이 지나면 약속한 듯 찾아오는 가을과 같다.

이 진리를 날 것의 형태로 자주 경험하다 보면, 내 삶 가운데에 내가 주도해서 시작해 종료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적은 줄을 알게 된다. 단순히 혼자 하고 같이 하는 일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의지와 마음가짐과 책임에 대한 이야기다. 의지를 마음에 품고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책임감을 가지는 것은 은밀하고 위대한 결심이다.

산다는 것은 손바닥 뒤집듯 나만의 세계를 단단하게 건설하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들과 조화롭게 공존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타인을 내 세상에 초대하는 것이며, 나만의 세계가 확장되어 함께 사는 세계가 되는 모습이다. 동등한 멀티버스라기보다 내가 만드는 세계관 속에 함께 사는 세계관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두 세계는 결국 같은 세계이며, 나만의 세계가 클수록 더 많은 사람들을 품는다.

그래서 내 세상의 크기는 은밀하고 위대하게 품은 의지로 결정된다. 그래서 믿어야 한다. 그것을 나 스스로 할 수 있다고. 내 의지로 타오를 수 있고 그 불도 스스로 끌 수 있는 세상, 그것만이 내 세상이다.

fin.

그 위대한 질문

“Don’t just do it. Everything you do conveys message.”

Mr.Song

송영길 부사장님이 쓴 ‘그냥 하지 말라’ 라는 책을 읽었다. 깊은 맛을 지닌 인사이트와 맛 좋은 스토리 텔링이 만나니 말씀이 쭉쭉 잘 먹히고 소화도 잘 되었다. 내가 하는 모든 것이 메시지라고 했다. 그렇다, 내가 행하는 것들은 모두 나라는 인간의 존재를 빛내는 것이어야 한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그것은 내가 이 세상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 선언하는 나만의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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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이 누굴 죽인다고?

“Curiosity vs. Peer-pressure?”

Bruce W. Lee

‘curiosity killed the cat’ 이라는 서양 속담이 있다. 개보다 고양이가 일반적으로 호기심도 많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많이 하다보니, 쓸데 없는 행동을 하다가 스스로 화를 자초한다 정도의 뜻으로 통한다. 괜한 시도를 하거나 불필요한 시도를 해서 위험해지거나 좋지 않은 결과를 만들었을 때 쓰인다.

호기심이라는 것은 우주라는 우리 뇌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빅뱅이 아닐까 싶다. 내가 무언가에 호기심을 가졌다는 것은, 끝없이 팽창하는 우주처럼, 알고 있는 범위를 넘어서 모르는 것의 영역을 점점 더 넓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우주에는 중심이 없듯, 호기심을 붙잡고 생각을 이어나가다보면 어느새 호기심의 근원이 희미해지는 느낌이다.

호기심이 동작하기 위한 필요한 것은 실존적인 경험과 혼잣말이다. 내 감각으로 직접 경험한 사실에 대해 은밀하고 진지하며 솔직한 내부 반응이 채워져야 기이한 무언가를 알아갈 기초가 된다. 내 마음 속 호기심이라는 높은 압력 때문에 밖으로 표출되는 행동이고, 독립적인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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