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never be an Aussie

여행이란건 시간을 압축해서 살아보는거다. 여행은 여기 저기 들르는 것이 아니라, 돌아갈 날이 정해진 시간 안에서 내 감수성과 포용력을 최대한 활짝 열고 미지의 세계가 있음을 직접 느껴보는 체험이다.

호주에서 한 달을 살았다. 멜버른에서 3주, 시드니에서 열흘이다.

서울행 비행기를 타기까지 사흘을 남긴 지금, 바로 내일 아침 서울로 돌아가야 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지 생각해본다.

결국 돌아가는구나, 이제 진짜 집으로 가는구나 하고 작은 안도감이 들 것 같다. 우리는 두 도시에서 지내면서 5개의 숙소를 옮겨 다녔다. 멜버른 Fitzroy에 있는 역사적인 건물, Cairo에서 멜버른 생활을 시작했고, Flagstaff Garden 옆 오피스텔, Great Ocean 로드 트립 중에 머문 Seacroft Estate를 지나 다시 Fitzroy로 돌아와 가장 마음에 든 숙소에서 멜버른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시드니에서는 Surry Hills에 있는 집에서 살고 있다. 멋진 courtyard도 있는 이곳은 시드니에서 살아보고 싶게 만드는 집이다. 시드니에 도착한 날 Mardi Gras 퍼레이드를 볼 수 있었다. 작은 언덕의 이 동네를 거닐며 평화롭고 선선한 기분을 만끽하고 있다.

우리가 묵은 숙소들은 모두 각자의 색깔과 장, 단점이 분명해서 나름의 재미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숙소를 옮겨 다니는 일이 간편하지는 않았다. 캐리어 3개를 끌며 트램으로 이동하면 금방 지친다. 그럼에도 우린 다투지 않고 둥지를 옮겼다.

막상 돌아간다니 호주에서 느끼던 하루의 햇볕, 바람, 초록초록함이 벌써 그립다. 호주의 날씨 하나는 정말 불평할 것이 하나도 없었다. 정말 럭키한 나라, 호주인들의 성격 형성에 기후가 가장 큰 역할을 했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호주는 광활한 땅에 다양한 남반구 기후를 가지고 있는 축복받은 섬나라다.

이 나라의 시간은 조금 더 천천히 가는 것 같다. 이곳의 따뜻한 바람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재촉하지 않고 강렬한 햇볕 아래에 있는 그늘에 머물게 만든다. 여기 사람들의 생체 리듬도 자연과 잘 싱크되어 있어,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잠에 든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연의 리듬에 맞춘 생활이 어찌보면 흘러가는 삶, 무리하지 않는 삶과 닮았다. 그리고 호주인들은 이런 삶이 좋은 삶이라 생각하는 듯 하다.

그래서 호주에서의 한 달이 좋았냐라고 묻는다면 뭐라 말 해야할지 조금 고민할 것 같다.내게 익숙한 도시 생활, 여행객으로선 결코 익숙해질 수 없는 물가, 낯설지만 경이로웠던 자연, 알아 듣기 어려운 호주 영어를 쓰는 이곳 사람들 속에서 한 달을 지내다보면 답변은 보통 뒤죽박죽일 수밖에 없다.

멜버른은 천진난만함을, 시드니는 우아함을

짖궃게도 멜버른과 시드니중 한 곳을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답을 내리지 못 할 것이다. 멜버른과 시드니 사람들의 기분을 생각해서가 아니라 둘은 정말 다른 도시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굳이 말하면 난 멜버른에 더 이끌렸다.

나는 멜버른을 천진난만함을 지닌 도시라고, 시드니는 우아함을 지닌 도시라고 답 하겠다. 멜버른에서 먼저 3주를 보내 다행이란 생각이다. 평평한 땅에 사는 이 심심한 사람들은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들을 많이 한다. 재밌는 F&B도 많아 여행하는 맛이 있는 애어른 같은 도시. ‘로컬 단위’로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자유롭게 사는 조금은 낡은 도시. 덕분에 이 독특한 지역성, 폐쇄성을 지닌 문화를 세계에 수출하는 도시가 된 멜버른, 섬나라의 특징인가?

시드니는 멜버른에 비하면 훨씬 우아하고 expressive한 도시다. 마치 멜버른이라는 사촌 동생을 둔 잘 나가는 사촌 언니 느낌이랄까? 시드니 3일차부터 왜 시드니에 오고 싶어하는지 알겠더라. 영국 포츠머스에서 열한 척의 배를 타고 넘어 온 백인들이 쌓아온 도시 역사에 수준 높은 섬세함이 켜켜히 뭍어있는 도시다. 시드니의 CBD는 멜버른보다 훨씬 크고 글로벌 회사들이 많아, 일하는 어른들의 도시라는 느낌도 물씬 든다. 각자 성공을 찾으러 온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만드는 이 다이나믹하고 exclusive한 분위기를 풍기는 도시다.

어느쪽이 더 멋진 도시 같고 이런 것은 없다. 그리고 호주인들이 전반적으로 친절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여행객이라고 더 친절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느낌이었고, 또 시드니에서는 대부분이 워킹홀리데이로 일하는 사람들이다보니 업장마다 서비스 수준이 다른 느낌이다. 나도 이것에 대해 별 의견은 없다. 여느 사람 사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어쨋든 원래 살던 곳으로 다시 돌아간다. 돌아가서 할 것들이 많다. 아니 많은가? 긴 여행의 목적이 돌아가서 해야할 것들에 대한 우선순위 재정립이 아니었나? 어쩌면 여행 기간동안 나를 따라다니던 불안함의 원인은 이것인 것 같다. 다~ 하려고 하는 것, 어떻게든 시간 안에 모든 계획을 끼워넣으려는 강박.

그럴 필요가 있나 싶다. 누굴 위한 그 모든 것인가? 나의 행복/만족감의 7~80%는 제일 중요한 일 하나에 있지 않을까 싶다. 굳이 빈 곳에 다른 목표들로 채우지 말자는 것을 호주에서 배우고 간다. 여기서 내가 본 호주 사람들은 시간을 악착같이 쓰려고 하지 않는다. 그럴 이유가 있을 것이다. 곧 한국 사회 속으로 돌아가는 입장에서 이것은 호주란 나라가 받은 축복이자, 이 거대한 섬나라만의 way of life라 생각하겠다.

돌아가면 해결되지 못 하고 산적한 문제들이 나를 반길 것이다. 비행기가 착륙하고 핸드폰 비행기 모드를 풀면, 신한은행의 보증금 대출 이자 납입 안내 문자가 와 있을 것이고, 통신비 청구서 문자가 있을 것이고 오늘자 신문이 문 앞에 와 있을 것이다.

내가 부재했던 이 세상에 달라진 것은 없다. 나조차도 한 달간의 자리비움을 통해 변한 것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앞으로의 시간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지다. 복귀한 삶에 내가 어떤 의미를 새길 것인지.

Sri Chinmoy Races

  • What: Sri Chinmoy Races
  • When: 2024.2.18
  • Where: Loys Paddock Reserve, Melbourne
  • Distance: Half Marathon
  • Record: 1:42:?? *Have an official record but can’t find it rn
  • Notes

What a fun half marathon it was!

I was fortunate to be able to participate in a local race while I was in Melbourne. I loved the whole friendly vibe across the event. The crowd is cheering the runners and runners were not so serious but looked more excited. I liked it about that.

The route was encompassing the big lake, and one lap was about 7K so I ran 3 laps. It was really fun running.

On a side note, I showed up to some of running sessions hosted by different running communities. I enjoyed all of it. Seriously, Aussie people are blessed with the perfect weather for running.

몽롱하게 살다간 X된다

“Nobody seems to notice, and nobody seems to care. And that’s what the owners count on… The fact that the most Americans will probably remain willfully ignorant of the big red white blue d**k that’s being jammed up their a**holes everyday. Because the owners of this country know the truth… It’s called the ‘American Dream’… cause you have to be asleep to believe it.”

George Carlin

한 달 전부터 내 인스타 피드에 테무(temu) 광고가 많이 떴다. 테무는 울트라 초저가 상품들을 파는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이다. 알리익스프레스보다 저렴한 느낌이다.

한국인의 모바일 쇼핑 매출은 매년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고, 중국 직구 금액은 지난해의 2배를 넘었다. 난 여기서 한중 무역 관계나 우리나라 소상공인들의 경쟁력 같은 얘기를 하고 싶지 않다. 한국인들이 엄청 싼 제품들을 엄청나게 사고 있는 이 현상이 흥미로울 뿐이다.

공산품이 생산되기 시작하면서 대중 소비자를 향한 매스 마케팅도 함께 성장했다. 가난한 나라에서는 생존에 필수인 공산품들이 팔린다. 부유한 나라에선 기능 차이도 없는 수많은 공산품들이 팔린다. 이것은 잉여 경제로 설명되기보다, 잉여 사회에 사는 사람들이 가진 어떤 지루함과 강박에 관해 이야기하는게 더 와닿는다.

지난주에 스타필드 수원점이 오픈했다. 대대적으로 광고한 덕분일까? 많은 사람들이 첫 날 오픈런을 했단다. 그들의 남는 시간 활용 방식을 탓하고 싶진 않지만 한국 소비자들의 슬픈 자화상임은 분명하다.

조그만 땅 덩어리에 복합쇼핑몰이 정말 많다. 내 고향인 노잼 도시 대전에도 신세계 백화점이 생겼다. 대전에 복합쇼핑몰이 있어야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대전 사람들은 이 ‘세련되고 힙한’ 복합쇼핑몰 안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고 불필요한 지출을 할 것이다.

작고한 goat 스탠드업 코미디언 조지 칼린은 2005년에 멍청해지고 있는 미국인의 모습에 대해 말했다. 서부부터 동부까지 너무 많은 쇼핑몰이 생겼고, 미국인들은 쇼핑몰에 가는 것을 멋지고 교양 있는 것이라 생각한단다. 그 이유가 쇼핑몰에 가면 두 가지의 강박증을 한 번에 달랠 수가 있는데, 뭔가를 사고 뭔가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많이 먹어 돼지가 된 미국인이나 K-먹방 유튜브를 보면서 자체 먹방을 찍는 우리 모습의 차이가 딱 20년 정도 나는 것 같다. 퇴근할 때 핸드폰으로 음식을 주문해서 한 번에지나치게 많는 우리는 남자의 경우 절반 이상이 비만이고 여자 비만율도 25%가 넘었다. 거기다가 ‘돈쭐을 내준다’는 말은 자선의 성격이 아니다. 이미 소비는 오락거리로 전락해버렸다.

다시 돌아와서, 계속 뭔가를 먹고 뭔가를 사야하는 강박증세는 잘 살게 된 한국과 같은 자본주의로 성공한 나라들이 가진 병이다. 새로 나온 것들이라면 계속 사주고 새로 생긴 맛집이라면 가서 먹어주는게 마치 여유 있는 자들의 덕목인마냥 인식된다. 필요 없어도 사고, 돈이 없어도 뭔가를 살 수 있게 된 이 세상은 진짜 미친 것 같다.

이럴 때 우리의 비판적인 사고가 빛을 발해야 할 때다. 달달한 음식이 주는 나른함에 무릎을 꿇을 순 없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센의 부모님처럼 유순한 돼지가 될 순 없지 않은가!

이겨낼 적이 누군지를 알아야한다. 우리의 적은 소비 강박증이다. 이 강박증을 악화시키는 모든 것들도 우리의 적이다. 생각 없이 무언가가 사실이라고 믿게 만드는 것들, 생각없이 먹고 사게 만드는 모든 것들에게 우리 모두 쌍뻐큐를 날리자. 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

Choose your enemy wise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