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롱하게 살다간 X된다

“Nobody seems to notice, and nobody seems to care. And that’s what the owners count on… The fact that the most Americans will probably remain willfully ignorant of the big red white blue d**k that’s being jammed up their a**holes everyday. Because the owners of this country know the truth… It’s called the ‘American Dream’… cause you have to be asleep to believe it.”

George Carlin

한 달 전부터 내 인스타 피드에 테무(temu) 광고가 많이 떴다. 테무는 울트라 초저가 상품들을 파는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이다. 알리익스프레스보다 저렴한 느낌이다.

한국인의 모바일 쇼핑 매출은 매년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고, 중국 직구 금액은 지난해의 2배를 넘었다. 난 여기서 한중 무역 관계나 우리나라 소상공인들의 경쟁력 같은 얘기를 하고 싶지 않다. 한국인들이 엄청 싼 제품들을 엄청나게 사고 있는 이 현상이 흥미로울 뿐이다.

공산품이 생산되기 시작하면서 대중 소비자를 향한 매스 마케팅도 함께 성장했다. 가난한 나라에서는 생존에 필수인 공산품들이 팔린다. 부유한 나라에선 기능 차이도 없는 수많은 공산품들이 팔린다. 이것은 잉여 경제로 설명되기보다, 잉여 사회에 사는 사람들이 가진 어떤 지루함과 강박에 관해 이야기하는게 더 와닿는다.

지난주에 스타필드 수원점이 오픈했다. 대대적으로 광고한 덕분일까? 많은 사람들이 첫 날 오픈런을 했단다. 그들의 남는 시간 활용 방식을 탓하고 싶진 않지만 한국 소비자들의 슬픈 자화상임은 분명하다.

조그만 땅 덩어리에 복합쇼핑몰이 정말 많다. 내 고향인 노잼 도시 대전에도 신세계 백화점이 생겼다. 대전에 복합쇼핑몰이 있어야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대전 사람들은 이 ‘세련되고 힙한’ 복합쇼핑몰 안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고 불필요한 지출을 할 것이다.

작고한 goat 스탠드업 코미디언 조지 칼린은 2005년에 멍청해지고 있는 미국인의 모습에 대해 말했다. 서부부터 동부까지 너무 많은 쇼핑몰이 생겼고, 미국인들은 쇼핑몰에 가는 것을 멋지고 교양 있는 것이라 생각한단다. 그 이유가 쇼핑몰에 가면 두 가지의 강박증을 한 번에 달랠 수가 있는데, 뭔가를 사고 뭔가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많이 먹어 돼지가 된 미국인이나 K-먹방 유튜브를 보면서 자체 먹방을 찍는 우리 모습의 차이가 딱 20년 정도 나는 것 같다. 퇴근할 때 핸드폰으로 음식을 주문해서 한 번에지나치게 많는 우리는 남자의 경우 절반 이상이 비만이고 여자 비만율도 25%가 넘었다. 거기다가 ‘돈쭐을 내준다’는 말은 자선의 성격이 아니다. 이미 소비는 오락거리로 전락해버렸다.

다시 돌아와서, 계속 뭔가를 먹고 뭔가를 사야하는 강박증세는 잘 살게 된 한국과 같은 자본주의로 성공한 나라들이 가진 병이다. 새로 나온 것들이라면 계속 사주고 새로 생긴 맛집이라면 가서 먹어주는게 마치 여유 있는 자들의 덕목인마냥 인식된다. 필요 없어도 사고, 돈이 없어도 뭔가를 살 수 있게 된 이 세상은 진짜 미친 것 같다.

이럴 때 우리의 비판적인 사고가 빛을 발해야 할 때다. 달달한 음식이 주는 나른함에 무릎을 꿇을 순 없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센의 부모님처럼 유순한 돼지가 될 순 없지 않은가!

이겨낼 적이 누군지를 알아야한다. 우리의 적은 소비 강박증이다. 이 강박증을 악화시키는 모든 것들도 우리의 적이다. 생각 없이 무언가가 사실이라고 믿게 만드는 것들, 생각없이 먹고 사게 만드는 모든 것들에게 우리 모두 쌍뻐큐를 날리자. 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

Choose your enemy wisely.

팔아야 산다 (달력팔이 편-2)

젊을 때 사서 고생하자.

Bruce W. Lee

내가 배운 6가지 교훈

1. 판매 시점

나는 12월부터 팔기 시작했지만 11월부터 실험을 미리했으면 어떨까 생각했다. 12월에 팔 것을 12월에 릴리즈하면 안되었다… 시기상 10월 말부터는 준비했어야 했지 않았을까? 시장 테스트 없이 정식 런칭을 하거나 재고 대량 확보는 위험하다. 작고 빠르게 릴리즈해보고 거기서 시장의 반응을 보고 배우고, 내 생각과 시장 반응의 간극을 줄이는 행동을 반복하는게 제일 낫다.

계획력(If you failed to plan, you plan to fail)

내가 진지하게 보완해야하는 점이 계획력이다. 빠른 실행력과 계획력은 서로 타협해야하는 균형이 아니다. 계획이 성글면 그것을 빨리 실행하려할수록 악순환이 시작한다. 미처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하니 새로 해야하고, 그것도 다시 엇나갈 수 있다. 다 돈이고, 불필요한 시간 낭비다.

앞으로는 아무것도 없는 0의 상황부터 1까지 지나칠 정도의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예를 들면, 원재료를 어디서 조달할 것인지? 거래처의 납품 조건과 일정은? 다른 부자재 원가는? 확보 재고량은? 배송 방법은? 마지막으로 제품이 구매자에게 도착해서 열어보는 순간은? 이 모든 것을 계획하지 않으면 구매자에게 불성실한 판매자가 되는 것이다.

2. 팔지 말자, 사게 하자.

냉철하게 보면 [달려ㄱ.]는 코팅된 종이에 1년치가 한 장에 있는 달력이다. 이 제품에 여러 수식어구를 붙여 팔려고 할수록 제품의 가치가 퇴화하는 느낌을 받았다. 구매를 한다는 것은 그 제품에 동감(agree)한다는 의미다. 제품이 팔리기를 기대하기 전에 다른 것(WHY-왜 사야하는지)을 팔아야한다.

3. 제작 원가

원가 경쟁력이 없으면 빛 좋은 개살구다. 보통 조달 원가를 낮추려면 대량 주문이 필수인데, 대량 주문을 하고 싶어도 판매치를 가늠하기 어렵거나 재고를 뺄 수 있는 충분한 유통 역량이 있어야 한다. 나처럼 열성 팬 베이스도 없고 처음부터 작게 팔아보는 상황에서는 원가에서 우위를 가지기가 어려웠다.

4. 자립력

연매출 수백억을 올리는 유통사가 메인 거래처가 납품을 중지하는 바람에 하루 아침에 망하는 것을 봤다.

나보다 큰 영향력이 있는 사람의 도움에 기대면 안된다. 그들에게도 내 제품 유통이 도움이 되기 때문임을 잊으면 안된다. 물론 감사함을 갖되 요행을 바라면 안 된다는 의미다. 매출은 브랜드 파워와 제품력과 고객 충성도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유통이 진짜 중요하다는 것도 느꼈다. 브랜드 자체 판매량을 n배로 확장시켜주는 역할이 이해가 됬다. 추가 유통 경로를 통해 매출과 연관된 다른 정보들도 얻을 수 있기도 하다. 나같이 처음 시작하게 되면 1차 유통 파트너가 누군지 중요하다.

5. 판매 기획의 농도

제품을 구매할 앤드 유저의 입장에서 깊게 생각해본 후 기획 농도를 진하게 만들어야 한다. 타겟 고객이 자취러들이라면 이들의 자취방에 남는 벽이 있는지, 벽에 보통 뭐가 붙어 있는지, 큰 집을 가진 사람들의 방은 어떤 취향일지 등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

6. 구매자

[달려ㄱ.]를 구매해준 사람들은 나를 응원해주고 싶은 사람들이다. 매우 감사하기 그지 없다. 가장 나다운 제품이 나왔다는 친구부터 깐깐한 피드백을 주는 친구들 덕분에 유의미한 방식으로 도전할 수 있었다.

동시에 내가 얼마나 모르는 우물 안 개구리였는지, 고지식함을 버리지 못 한 채 판매 기술을 안 배우고 버텼는지도 실감했다. 겸손하게 배우는 기간이랄까!

fin.

(1편 읽으러 가기)

팔아야 산다 (달력팔이 편-1)

팔아야 산다는 것에는 중의적인 의미가 있다. 팔아야(sell) 사람들이 살 수 있고(buy), 또 팔(sell) 줄 알아야 내가 굶지 않고 살(survive) 수 있다.

Bruce W. Lee

[달려ㄱ.]를 만들어 판지 3주가 지났다.

2년 전 [비-롸잇 백 카메라]를 팔 때는 주변 지인들에게 1:1 영업으로 팔아치웠는데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 이번 프로젝트는 내가 해보지 않은 방법으로 해보고 싶었다. 제품을 만들고 관련 컨텐츠를 만드는 것이다. 자의식 과잉으로 그동안 인스타에 포스팅 하나 하는 것에 주저했다. 지금은 내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좋아요/댓글에 상관없이 우선 세상에 내놓고 보자는 마음이다.

1장. 제작 모티브: ‘큰 계획엔 큰 달력이 필요하다’

2023년은 ‘계획을 충실히 따르는 것’의 잠재력을 경험한 첫 해다. 큰 계획을 세우려면 용기(자기 신뢰) 50%, 적당한 무모함(낙관적인 성격) 50%가 필요하다.

난 2020년부터 뛰기 시작했지만 애초에 마라톤은 계획에 없었다. 동아 서울 마라톤을 알게 된 계기도 러닝이 아니라 일하면서 알게된 프로젝트와 관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마라톤 풀코스를 뛰겠다는 계획은 막연하게 내 마음에 심어 놓은 것이 시작이었다. 브루스 러닝, 전설의 시작이었다.

11월 JTBC 마라톤 완주를 위해 나의 여름을 바쳤다. 몇 리터의 땀을 흘렸을까, 한 여름밤의 고독했던 꿈. 어느 여름보다 충실히 보낸 여름이 아니었을까. 정직하게 쓴 시간과 몸을 통한 노력은 거짓말을 못한다. 몸과 마음은 투자한대로 리턴을 가져오는 확실한 ROI! 난 내 잠재력의 뚜껑을 열고 말았다. 그 계기가 올해 마라톤이었다보니 이 얘기를 주변에 계속 꺼내서 좀 미안하긴 한데, sorry not sorry.

2장. 제작

[달려ㄱ.]의 디자인은 내가 좋아하는 연쇄창업자이자 라이프코치, Jesse Itzler의 ‘The Big A## Calendar’ 에서 레퍼런스를 얻었다. 이것을 한국에서 만들 수 있는 인쇄소를 찾아다녔지만 제품 사이즈가 워낙 크다보니 인쇄할 수 있는 업체도 그 방식도 제한적이었다. 그 사이즈로 뽑을 수 있는 원단 단가 자체도 높았고 수량을 늘린다고 주문 단가가 낮아질 수 없는 여건도 있었다.

며칠 발품을 팔아 한 업체를 찾았다. 이 대표님은 작은 물량도 다른 곳의 거의 절반 가격으로 제작해주겠다고 하였다. 역시 직접 연락하고 찾아가는게 빨리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이다.

3장. 소비자 가격

인쇄물 단가와 그외 부자재, 배송비를 더해 원가가 나왔고 여기에 얼마의 마진율이 적절할 지 고민했다. 시중에 나와 있는 달력과 플래너 상품들을 조사했다. 시중에 있는 달력은 대부분 종이로 된 1년짜리 소모품으로 시장에서 팔리고 있었다. 난 내 제품을 하나의 라이프컬렉션으로 포지셔닝하고 싶었다.

그래서 시중에 나름 고가격대인 3만원대 달력 사이에 [달려ㄱ.]를 포지셔닝하기로 결정하여 처음 35,000 원으로 가격을 잡았다. 희소성이 있고, 또 일년 365일중 하루를 100원으로 잡아도 그보다 저렴하다는 설명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누가 내 제품을 사줄까? 우선 사람들의 구매 의향을 테스트해보자.

4장. 테스트

1차 테스트: 바버샵

바버샵에서 [달려ㄱ.]가 남성 고객들에게 어떻게 어필될지 실험했다. 바버샵의 대표 바버가 커트중에 직접 고객에게 소개하는 [달려ㄱ.]는 어떨까?

결과는 처참했다. 모든 고객이 제품에 매력을 느껴서 사무실이나 샵에 두고 싶다는 1차 반응은 보였다. 하지만 가격을 듣자 구매 의사를 접었다. 달력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제품에 돈을 쓸 심리적 가격 저항선이 있었고, 생각보다 많이 낮았다.

제품 자체에 대한 반응을 보고 시장에서의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할 수는 있었지만 가격이 문제였다. 구매욕이 가격의 벽을 넘지 못했고 제작 의도로 가격을 정당화하지 못했다.

원인이 무엇일까? 제작자가 가격 프리미엄을 붙일 수준이 아니라는 결론이다. 즉, 내가 원래 유명하거나 [달려ㄱ.]을 통해 엄청 특별한 성취를 한 인물이 아직 아니었기에 가격 프리미엄은 옳지 않은 전략이었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내 제품에 지불할 A원과 내가 정한 가격 B원의 간격이 클수록 나는 소비자들로부터 멀어졌다. 제품력은 기본이고, 팔리는 가격은 판매자가 정한다기보다 시장이 정하는 듯했다.

2차 테스트: 대학가 카페

같은 제품을 서울시립대 앞 카페에서 2차 실험을 가졌다. 여기는 바버샵보다 더 어린 대학생들이 주 고객층이다. 이들은 아묻따 제품이 너무 크다는 반응을 보였다. 생각해보니 어린 친구들은 기숙사에 살거나 넓지 않은 자취방에서 사는데, 내 제품은 사실 이들의 집 벽에 붙일 공간 자체가 없던 것이다.. 너무 아메리칸 스탠다드 사이즈.. 이번 실험은 가격이 문제가 되기 전에 사도 쓸 수 없는 제품 스펙인 것이다.

내 제품이 어필이 될 수 있는 진짜 소비자는 누구일까.. 누가 내 제품을 사줄까에 대한 물음에 직관도 중요하지만 FGI 나 이런 실험 기간이 대략적인 감을 잡기 위해 꼭 필요하다.

5장. 출시

실험 결과를 반영하기 위해 2가지 조치를 실행했다. 먼저 기존 제품의 절반 사이즈로 제품을 추가했다. 그리고 이에 맞게 두 제품의 소비자 가격을 하향 조정했다. 가격과 사이즈 모두 [달려ㄱ.]의 대중성을 가지려면 크리티컬한 문제라고 생각했고 판매 공지와 함께 배경도 자세히 설명했다.

6장. 결과

아직 판매중이라 성적표를 받기 전이긴 하지만 현재 목표치 50% 달성중이다. 사달라는 말 없이 파는 것은 역시 어려운 일이다.

to be continued…

(2편 읽으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