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들

내 마음이 어떤 대상에 낙인을 찍으면 그 낙인을 지우기가 참 어렵다. 그 낙인을 지우려면 그 낙인을 찍었던 나를 부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간 정신 심리학적으로 자신을 부정하는 것을 꺼린다. 그만큼 인간은 확신을 만들어야 움직이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내가 내린 선택을 후회하는 것만큼 뼈아픈 자기혐오는 없을 것이다.

나는 약 3년 전에 나답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 나는 스스로 대단해 보이기 위해, 그리고 일확천금의 욕심을 부려 잘못된 투자 결정을 내렸다. 나는 내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의 그럴듯한 계획을 믿고 거금을 이체했다. 항상 too good to be true 한 제안이나 정보는 걸러 들을 것. 나에게 그런 일생일대의 기회가 제 발로 굴러올 리가 없다. 그러나 혈기 왕성했던 그때의 나는 마치 내가 바로 골든 보이(golden boy)라 여기며 건드는 것들마다 저절로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고, 무언가 이상한 점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마치 외풍이 심하게 부는 집으로 이사 가놓고 괜찮겠지, 하며 두 번의 겨울을 지나고 보니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곰팡이가 집 구석구석에 퍼져있는 것이다. 이 곰팡이는 정의를 피해 음흉하게 우리가 잘 보지 못하는 곳들부터 갉아먹고 있었다.

나는 원체 좀 센티멘털한 사람이라, 이따금 과거를 돌아보며 반추하고, 내 삶의 궤도를 재확인하는 버릇이 있다. 나 같은 사람은 의미를 추구하는 사람이라, 무언가를 깊게 해야 뭔가를 했다고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인데, 동시에 깊이에 대한 겁도 있는 사람이다. 몰입을 갈망하면서 불안이 뒤를 잡아끄는 그런 불행한 시소게임을 하고 있다.

이번 개인투자자 조합에서 사모 투자를 경험하며 이 세속적인 세상에 대해 배운다. 남의 돈을 가지고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절대 자기 돈만큼 그 돈을 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필연적으로 도덕적 해이가 존재한다. 남의 돈(Other People’s Money)을 쓰는 것은 마약(OPiuM)에 중독되듯 멈출 수 없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말이다. 남의 돈으로 만든 토대 위에서 자기들만의 도취한 라이프스타일을 만드는 순간, 투자자 및 경영자 모두에게 지옥의 문이 열리는 것이다. 나는 절대 남의 돈을 빌려 쓰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기회에 심리적으로 ‘내 돈이 아닌 돈’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또한, 사필귀정은 맞는 말이지만 명제가 필요하다. 사자성어 자체로는 매우 게으르기 그지없다. 그르칠뻔한 일을 다시금 올바른 상태로 돌리기 위해서 드는 노력을 쏙 뺀 사자성어다. 정의를 구현해야 할 모티브를 찾고, 문제를 객관적으로 조명하고, 증거를 수집하고, 정보원을 찾고, 관계자들을 일일이 설득하고, 그들을 고무시키고, 행동을 촉구하도록 단합시키고, 실질적인 행동을 해야 하는 일들이 빠져있다. 이 일들은 매우 고독하다. 오랜 기간동안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만큼 이 인간 심리가 신기한 것은, 어떤 임계점이 지나면 신기하게 한두 명씩 따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나를 조용히 주시하며 스스로 확신하기까지 시간이 걸린 느낌이다. 그만큼 리더는 외로움을 벗으로 삼고 묵묵히 최전선에서 싸워줘야 한다. 행동으로 보여줘야 말에 힘이 생긴다. 집단을 이끌려면 가장 귀찮고 힘든 일들을 해내야 한다. 여기서 절대 간과하면 안 되는 중요한 점은, 이유와 목적이 결과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 행동 자체에 있어야 한다. 적당한 희망은 필요하지만, 희망 자체는 엄청나게 높은 레버리지다.

만약 3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나는 같은 투자 선택을 내렸을까? 답은 . 그 이유는 나는 내가 투자하는 사업체 너머에 있는 그 경영진과 관계자에 대해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사가 만사다. 세상은 사람들이 움직인다. 그럼에도 나는 사업성 자체만 믿었다니. 배가 좋아도 조타실에 있는 사람들이 저질이라면 그 배는 절대 큰 바다로 나갈 수 없다. 근데, 생각보다 그 사람이 저질이냐 아니냐는 조금의 압박만 가해보면 나온다. 그건 참 신기하다. 인간의 본성(true color)은 압박에 약하다. 어떤 상황에서든 꾸준한 압박을 견디면서도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 사람들은 무섭다.

어쩌면 그들을 내 마음에 죄인으로 섣불리 낙인을 찍은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Don’t hate the player, hate the game’ 이란 말도 있는 것처럼, 그 사람에게 측은함, 증오심은 이제 없다. 이 상황을 마무리 단계로 추진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 나도 처음에 이 문제를 수면 위로 올려서 해결을 촉구할 당시에는 복수의 감정에 휩싸였다. 그리고 조마조마한 시간을 오래 겪었다. 아, 이러한 불안감이 계속되면 나를 갉아먹겠구나 싶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내가 원금을 회수할 수 없게 되더라도, 내가 지금 하는 일들이 과거 내가 했던 선택에 대한 책임의 연장선이라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리고 설령 그 돈을 받지 못하게 되더라도, 한 명의 투자자로서 나의 투자 경험을 내가 노력한 대로 마무리짓고 싶다는 결론으로 다다르지 내 마음을 짓누르던 무거운 마음이 사라졌다. 결과는 내 손을 떠났다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내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무엇이든지 오래 하려면 결과를 바라기보다 오늘 하는 행동에 나의 옳음을 주입하면 된다. 그렇게 간단하다.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되는 내가 만든 명언, ‘추진력은 하겠다는 마음에서 온다’.

알 수 없음의 아바타

글쓴이: Bruce Wayne Lee

Hi, Yo soy Bruce Wayne Lee. I'm Korean and also go by the name of 李俊雨. Hope you find something interesting here and hope to run into you in the near fu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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