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is the new 민족

인류는 하나다. 하지만 민족은 무수히 많다. 기록된 역사로 보면 최초의 인류는 약 7만~10만 년 전에 아프리카 대륙에서 처음 관찰되어 지금의 5대륙으로 이주했다. 말도 안되지만 이때부터 오늘날까지를 3줄 요약 해보면, (1)기후, 위치, 지형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인종들이 구분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인류가 진화하면서 생겨난 고대 문명들과 왕국들, 그리고 세계적 전쟁들이 인류를 섞었다. (3) 현대 사회에서는 평화적인 방법으로 서로 교류하고 섞이면서 지금의 지구촌 민족이 되었다다.

물론 엄격한 잣대로 구분하자면 중국의 한족, 슬라브족, 아랍인, 벵갈인, 힌두, 앵글로색슨, 게르만, 등 무수히 많다. 그러나 이러한 ‘민족 집단’ ‘민족 공동체’는 역사의 흐름에 따라 유동적으로 적응하며 바뀌어 왔다. 로마 왕국은 유럽인들과 북아프리카, 그리고 중동인들이 섞이는 기회를 주었다. 실크로드도 동아시아, 중앙아시아, 그리고 유럽인들이 섞일 수 있는 길이 되었다.

각 민족 집단들은 자기들의 집단 정체성을 만들고 이를 방어하기 위해 신화적 요소와 종교를 접목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신라 건국 역사를 보면 신라를 건국한 지배 세력이 박혁거세 신화를 이용했다. 신라가 건국될 당시에 이미 여러 민족들이 섞여 살고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또 골품제와 같이 신분제도가 있었던 이유도 이를 뒷받침할 수 있다.

누구도 자기 소개를 할 때 ‘저는 ㅁㅁ민족입니다’ 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러한 구분이 큰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런 시기이기도 하고, 민족의 특징이라는 것이 시간이 가면서 엹어지고 섞여 새로운 특성으로 발현되기 때문이다. 인종 인종 프로파간다나 민족 말살 정책을 한다고 고정된 특정 민족이 사라지지는 것도 아니었다.

새로운 민족의 탄생

그리고 우린 지금, 새로운 민족의 역사가 만들어지는 시작점에 서 있다. 인간이 만든 기계적(전기적) 자아, 바로 인공지능이다.

AI 산업는 국가 차원의 사업이다. 보호 무역 주의와 자국 우선주의 시대에서 각 국가들은 AI 경쟁에 몰두한다. 한 민족의 탄생의 배경이 지금의 시대이다.

내가 우려하는 것은 AI가 생산의 주체로서 인간을 대체하는 수준을 넘는다. AI가 곧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인공 인격’을 가지게 되면, 인류가 겪어온 수많은 민족의 역사를 비슷하게 거칠 것 같다는 생각이다.

학문에도 여러 학파가 존재한다. 경제에선 고전학파, 케인지안, 신고전주의 등이 있고, 철학에서도 니체에게 공부한 학자들로 유지되는 니체 학파, 프로이트에게 배운 사람들이 유지하는 성골?들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인공지능 학계에서도 다양한 학파들이 파생하여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이다.

검색이나 추천 알고리즘이 플랫폼의 경쟁력이된 만큼,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AI 기업이 학파가 될 것이다. 알파고의 딥마인드나 GPT의 오픈AI, 바드, 퍼플렉시티, 하이퍼클로바 등 자체 개발하는 인공지능이 학파, 혹은 ‘근원 인공 민족’이 될 것 같다. 이 인공 민족들은 스스로 학습하며 진화할 것이고, 다른 학파나 인공 민족들과 반목할 수도 있고, 공존할 수 있고, 무력을 수반할 가능성도 충분할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인공지능은 활발하게 로봇과 가전 등 다양한 기계들에 설치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각 로봇과 기계들은 자신의 메이커 ‘민족’의 피가 섞여 주변의 다른 기계들과 공존해야 한다. 물론 기계들은 자기에게 주어진 기능을 하겠지만, 초거대인공지능들이 모두 평화롭게 상생하면서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까? 그것은 모르겠다.

초지능(Hyper Intelligence)은 인간이 제공한 거대한 역사 데이터를 통해 인간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예측할 것이다. 사람도 내가 뭔가를 100% 안다고 착각하면 무의식적으로 우감이 생긴다. 기계라고 다를까? 초지능은 자기의 신념을 기반으로 새로운 균형을 찾을 것이고, 이결정에서 ‘조물주’인 인류는 배제되고 특정 ‘인공 민족’이 우선시될 수 있다.

뼛속까지 문과인 사람으로서 바라보건데, 앞으로 인공 지능은 하나의 민족 개념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생길 것이라 예측해본다. 이미 인공지능 개발의 혁신 속도가 무어의 법칙을 넘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미

우리는 인공지능이라는 특이점을 경험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신인류가 되거나 신인류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조물주인 인간은 우리가 만들어온 신(god)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멸종이 불가피한 소수 민족으로 전락하게 될까?

fin.

200시간

얼마 전에 치른 국가 자격 시험에 합격했다는 통지를 받았다. 일반적으로 3개월은 준비를 해야 합격 점수를 노릴 수 있는 시험이라는데 나에겐 한 달 정도의 준비 시간이 있었고, 하루 평균 5~6시간을 책상에서 보냈다. 처음 공부하는 분야인데다가 분량이 많았기 때문에, 빠르게 이론 먼저 쓱 훑은 다음 닥치고 모의고사만 주구장창 사서 풀면서 오답 정리를 하는 것을 필승 전략으로 정했다.

시험 당일날 시험장에 도착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재도전은 플랜B에도 없던 내가 어찌 저찌 이렇게 시험 볼 준비를 마쳤구나. 약 한 달동안 여기에 쏟은 시간이 대충 200시간이 좀 넘었다. 200시간을 써야 비로소 내가 공부하는 대상의 윤곽이 희미하게 나타났다. 200시간을 써야 비로소 내가 정복하고자 하는 산을 오르기 시작하는 수준인 것이다. 그니까 200시간은 시험 합격을 위해 최소한의 조건인 것이다.

내 200시간 안에는 수많은 작은 이야기가 있는데, 유혹을 참은 나, 게으른 목소리를 무시한 나, 낙담한 나 등이 있다. 이것을 딱 50번 반복하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티핑 포인트, 1만 시간을 충족하게 된다. 그러니까, 아무도 축적된 시간을 이길 수 없는 것이다. 아무도 내 1만 시간을 복제하거나 따라할 수 없다.

답은 내 첫 200시간을 채우는 것이다. 쉬워보이지만 아니었다는 걸 아는 순간이 진짜 시작이다.

Red Car Theory

내가 빨간 차를 사겠다는 생각을 가진 순간부터 내 눈엔 도로에 빨간 차들만 들어온다는 말이다. 뭐 눈엔 뭐만 보인다는 말이다. 우리의 뇌는 정말 엄청난 능력을 가졌다. 나만의 세계는 내 관심에 따라 재편된다. 우리의 뇌는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볼 수 있게 눈을 트게 해준다. 그래서 나도 나만의 빨간 페라리를 찾고 있다.

남의 빨간 차엔 관심 없다.

Why play safe?

남의 관심에 신경을 끄고부터 하루 하루가 엄청 단순해졌다. 고독함과 고립감을 느낀다면 내가 나만의 페라리를 찾는 일에 집중하고 있을 때 나타나는 반응이다. 그렇게 나의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주변과 점점 멀어진다. 그럴수록 더 분명해지는 무언가가 있다.

남을 위한 일에 몰두하지 않기로 하자. 왜 남의 삶과 닮으려고 노력하는가? 왜 남을 흡족하게 할 것들을 찾는가? 결국 아무도 나에게 관심이 없다. 그래서 각자의 본능대로 취할 것은 취하자. 착하게 앉아 있는다고 먹을게 입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내가 먼저 내 이빨로 물어야 할 때가 있다. So why play safe?

fin.

패스트패션과 사교육

나에게 요즘 제일 어려운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착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 대답하겠다. 뜬금없이 왜 착한 사람이 되려고 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굳이 어려운 길을 가기로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겠다.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면서 내 뜻대로 되는 것도 없는게 바로 우리 삶이다. 삶의 난이도를 낮게 맞춘다면 기분 내키는대로, 바람 부는대로 살아도 된다. 하지만 계획이 없다면 상황의 노예가 될 뿐이다. 딱 한 번 주어진 삶이라면 최대한 높은 파도를 타보기로 마음 먹어보는 것이 지금 내가 가져야 할 마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All of my kindness is taken for weakness” 라는 어느 가사처럼, 세상이 내 친절함을 이용하려 들지라도 흔쾌히 잃으려는 사람은 착한 사람이다. 남의 허물을 보고 넘어갈 수 있는 사람은 착한 사람이다. 분위기를 맞춰줄 수 있는 사람은 착한 사람이다. 우선 용서해줄 수 있는 사람은 착한 사람이다. 먼저 자기를 낮출 수 있는 사람은 착한 사람이다. 책임을 지려는 사람, 부채의식을 갖고 염치를 가진 사람도 착한 사람이다. 남이 나에게 착하다는 말은 별 의미를 가질 수 없고, 오직 내가 내 안의 야생 짐승을 다스리면서 발현될 뿐이다.

착한 비즈니스

어떤 사업을 착한 사업이라 할 수 있을까? 사용자가 가진 가장 큰 문제와 걱정을 덜어줄 사업은 착한 사업이라 할 수 있겠다. 즉 소비자와 효용을 누리는 자가 같은 경우다. 일할 곳 구하는 걱정을 덜게 해준 공유오피스는 착한 사업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여행지에서 숙박 옵션을 넓혀준 에어비엔비는 착한 사업 모델이다. 교육의 민주화를 이끈 온라인 사교육도 그렇다.

메가스터디 손주은 회장님이 그러셨다, 우리 나라의 사교육은 인구가 증가하는 경제 고도성장기였기에 이렇게 클 수 있는 산업이었다고. 베이비부머 세대가 자식 세대에게 계층 사다리를 오를 수 있게 해줄 수 있는 사업이었다고. 다만 시대는 변했고, 작은 땅 덩어리 안에서 서로 더 갖겠다는 부모들의 야욕이 초경쟁 분위기를 만들었다. 부모들이 경험한 성공 방정식을 양육관에 그대로 접목한 덕분에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공교육이라는 기초자산에 파생된 사교육이 공교육을 흔드는 웩더독 현상은 뉴노멀이 된지 오래다. 그럼 지금의 온라인 사교육은 선한 비즈니스일까? 정답이 있는 교과목 문제들을 가지고도 이렇게 많은 컨텐츠가 있는게 정상적인 교육업일까? 요즘 중고딩들이 많이 쓰는 말처럼 이건 기괴하다. 돈을 쓰는 사람과 효용을 느끼는 사람이 다르거나 아예 없는 산업이 되었달까.

손 안 대고 코를 풀어주는 사업들은 많지만 사교육업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다, 아니 포함될 수 없다. 일타강사가 아무리 떠먹여준다 해도 공부와 사색, 그리고 시험은 내가 직접 해야하는 것이다. 미안하지만 공부 머리는 따로 있고 유전 영향이 크다고 손주은 회장님은 말했다. 나보다 조금 더 많이 아는 사람에게 의존하려는 이 연약한 사회를 만든 범인중에 사교육이 있다고 나는 지목할 것이다.

노하우를 전수하는 사업은 착한 사업일까? 또 얼마나 커질 수 있는 시장일까? 노하우 사업은 크게 두 가지 핵심 자산에서 시작한다. 하나는 아는 수준, 그리고 그것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내가 정량적으로 봐도 그 분야의 최고라면 경제적 해자를 구축한 셈이다. 이것을 쉽게 전수하는 시스템까지 있다면 둘째 경쟁력이다.

모든 핵심 노하우에는 3가지의 대표 변수가 있는데, 위치, 시점, 그리고 리스크다. 쉽게 말해, 내가 X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Y라는 특정한 때에 Z라는 나만이 할 수 있었던 리스크 테이킹(레버리지)으로 이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전수하는 이 지식을 써먹을 기회가 다시 온다는 것이 전제 조건이다. 이 전제라면 누구나 이 노하우를 복제해서 비슷한 수준의 결과를 낼 수 있어야하고, 또 내년, 내후년에도 이 노하우를 들을 가치가 있을 정도로 외부 상황이 예측 가능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노하우 컨텐츠는 일물일가 법칙이 성립하기 어렵다. 노하우가 만들어진 상황과 사람이 다르기에 품질이 제각각이다. 그래서 시장에서 가격이 책정되는 수요와 공급은 노하우 보유자가 얼마나 유명한지에 따라 결정된다.

이를 달리 말하면, 이 노하우를 가진 사람은 언제나 환불과 불만에 대처할 핑계가 있다는 것이다. 당신은 이걸 이렇게 하지 못 했기 때문에, 혹은 타이밍이 잘 못 되었고 적절한 리스크 테이킹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대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A/S가 거의 불가능한 산업이라는 것이고, 피해자들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고, 비효율적인 시장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노하우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분명히 있지만 그것은 보통 여러 노하우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기본기와 대원칙일 것이다. 그 위에 과거 경험에 기반한 extra+를 얹어 판매하는 것이 대부분의 상품들이다. 기본기와 대원칙은 잘 변하지 않는 것이라 한다면, 매월 새로 등장하는 사교육 상품들엔 얼마나 많은 R&D가 들어갈까? 그렇지 않다면 노하우 기반의 사교육과 패스트 패션의 다른 점이 있을까?

패스트패션 산업은 새 유행의 스타일을 저렴한 가격으로 빠르게 살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유행에 민감하고 계절마다 옷장을 업데이트하는 사람들에게 착한 비즈니스다. 노하우 사교육업은 어떨까? 나의 무기는 과거에 있던 개인적인 성공 경험이고 규칙과 기본기는 거의 불변이라면, 어떻게 구매자들로 하여금 재구매를 일으킬 수 있을까? 무엇을 팔아야 할까? 내 노하우의 모든 것을 담아 질 좋은 교육 상품을 만들수록 단가는 높을 수 있어도 재구매율은 떨어지는게 노하우 사업의 딜레마다. 그래서 일타강사들도 수업중에 수업 내용보다 학생들에게 인생 조언 시간 비중을 늘리는 이유일지 않을까. 이게 교육업의 본질일까?

착한 사람이 되는 것, 선한 비즈니스를 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착한 사업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99명에게 -1이 되고 한 명에게 +101이 되는 사업이 무슨 의미인가. 여기에 또 착한 사업 기회가 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