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guage is power, protection and a storage.”
Bruce W. Lee
우리가 본격적으로 세렝게티에 진입하기 전 점심을 먹기 위해 차를 세웠다. 큰 나무 아래서 네이선은 차 앞 본넷 위에 보자기를 피고 점심상을 차렸다. 식사 준비가 다 될 즈음, 멀리서 양을 치던 마사이 소년 한 명이 다가와 우리에게 먹을 것을 구했다. 신기한 이 경험을 놓칠쏘냐 우린 흔쾌히 허락했고, 네이선은 스댕 접시 위에 음식을 가득 담아 주며 소년에게 이런저런 말을 건넸다. 우린 네이선에게 이 소년과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물어보았는데, 네이선은 그 소년과 거의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몇 개의 단어만 알아들을 뿐 자연 속에서 나타난 그 마사이 소년과 차가(Chagga) 사람인 네이선은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것이었다.

탄자니아에서는 100개가 넘는 토착 부족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이 쓰는 토착 언어는 120개가 넘는다고 한다. 언어는 다양하지만 대부분 탄자니아 사람은 국가가 채택한 영어나 스와힐리어 중에 하나는 쓸 줄 안다. 그래서 이런 토착 언어/방언은 주로 가족 안에서 사용되며, 약 절반의 토착 언어는 현재 소멸 위기에 처해있고, 조금씩 없어지고 있다.
상대방이 쓰는 사투리로 자라온 지역을 유추할 수 있듯, 탄자니아 사람들도 상대방의 출신을 물을 때 어느 지역에서 왔는지, 혹은 무슨 성(surname)을 쓰는지, 혹은 무슨 언어를 쓰는지 물어본다. 마사이 마라 지역 출신인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마사이족일 가능성이 높다. Mbeki 라는 성을 쓰는 사람이라면 남아프리카 Xhosa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나일강 유역의 언어를 사용하는지, 혹은 반투(Bantu) 언어를 사용하는지에 따라 출신 부족을 알아볼 수 있다.
한국어는 한국인이 쓰는 언어로 지역별 방언이 존재하고, 북한 사람들과 같은 언어 체계를 갖지만, 분단의 시간이 길어지며 단어가 의미하는 것, 단어의 쓰임이 매우 달라졌다. 언어는 진화한다. 아프리카 사람들에게도 언어는 소통 수단 그 이상이다. 언어는 내면의 힘이며, 부족의 문화와 전통을 담는 용기(vessel)이고,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나와 우리 가족을 지키는 방패다. 어떻게 언어가 저항의 언어로써, 저장의 언어로써, 또 성장의 언어로써 생존에 영향을 주는 초석이 되었는지 궁금했다.
<언어는 힘을 준다>
언어라는 것은 내가 쓰는 언어로 말이 통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전제한다. 언어는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들에게 자기표현을 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내 생각을 정리하고, 내 감정을 변환하고, 내 의견을 다듬을 수 있다는 것이 언어의 힘이다. 특정 무리만 사용하는 언어를 유창하게 사용할 수 있다면 내 생각과 주장은 더 효과적으로 통할 것이고, 이는 자신감으로 돌아온다. 이것은 언어의 포용성, 성장성이다.
<언어는 방어한다>
언어는 내 부족을 지키는 방패다. 우리 부족의 정체성이 말살되는 것을 막는 일에 부족의 언어가 방어막으로 작용한다. 외부에서 유입된 문화가 우리 부족만의 문화를 희석하거나 변경하려는 것을 막기 위해 언어가 사용되기도 한다. 우리만의 언어는 자체적으로 폐쇄성을 만들어 희망하지 않는 교섭을 중지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 부족에 원치 않는 외부인들이 찾아왔다고 했을 때, 부족 언어를 계속 사용함으로써 외부인에게 우린 교류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전달할 수 있고, 동시에 발생할 위험 상황에 대비하도록 부족원들을 준비시킬 수도 있다. 이것은 언어의 배타성이다.
<언어는 저장한다>
언어는 살아 움직이는 저장소다. 언어는 공유하는 이들과 만들어 낸 전통과 문화의 정수를 담고 있다. 세대를 거치면서 내려오는 언어 속에는 생존을 위해 싸워 오며 만든 뉘앙스가 깊게 박혀있다. 주로 구전으로 내려오는 이야기들은 다음 세대에게 부족의 유산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언어를 살린 부족은 자기만의 귀중한 문화를 지속해 오고 있다는 뜻이며, 외부에 저항하면서 더 끈끈한 소속감을 만들어 오고 있다는 말도 된다.
우리의 언어라고 말할 수 있는 언어는 우리를 성장시키고 외세에 저항할 수 있도록 돕는 단단한 도구이다. 일제강점기 시대에 일제는 우리가 독립 저항을 하지 못 하게 한국어를 못 쓰게 했다. 언어란 것은 인간 뇌 깊숙한 곳에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담고 있는 정체성 코드(code)이기 때문이다.
3개의 언어: 나의 언어, 내 가족의 언어, 브랜드 언어
내 입은 이준우라는 사람에 대해 말한다. 이준우는 이준우가 쓰는 언어들로 다듬어진다. 그래서 내 언어는 나를 설명하는 동시에 타인과 구별한다. 나를 구성하고 정의하는 것이 개인의 언어다.
내 가족의 언어는 우리 가족이 성장하면서 담은 성장통과 행복을 담고 있는 암호화된 이야기다. 우리가 서로를 응원할 때 쓰는 언어, 꺼내기엔 아픈 언어, 공감된 언어들이 있다. 집마다 다른 언어는 집마다 다른 문화를 담는다.
마지막으로, 브랜드가 쓰는 언어는 위 두 가지 성격을 적절히 배합해서 사용해야 한다. 내 가족이 된 고객들에게는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언어를 써야 한다. 그리고 브랜드만의 독특한 경험을 그리려면 다른 브랜드와 차별된 언어를 사용할 줄도 알아야 한다. 유연한 포용성과 배타성이 브랜드 언어에 골고루 녹아 있어야 한다.

